시스템관리자 2023-11-28 17:02
[조선비즈] 고용률 역대급인데 취업 안 한 ‘청년 니트족’은 증가… 고심하는 정부

지난달 15세 이상 전체고용률 63.2%, 월간 통계작성 이후 역대최대
미취업 청년 3명 중 1명 “구직 의사 없어”
고용불안정·낮은 임금 등으로 노동시장 이중구조 심화
정부, 내달 중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방안 발표 예정


구직 활동을 하지 않고 '쉼'을 택한 청년 니트족 이미지. /조선DB
구직 활동을 하지 않고 '쉼'을 택한 청년 니트족 이미지. /조선DB
 

지난달 고용률이 1982년 통계 작성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구직 활동을 하지 않는 ‘청년 니트족(NEET·일하거나 교육받을 의지가 없는 구직단념자)’이 늘어나며 정부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31일 통계청의 9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15세 이상 전체고용률은 63.2%로 1년 전보다 0.5%포인트(p) 상승했다. 이는 1982년 7월 월간 통계작성 이후 9월 기준으로 가장 높은 수치다.

그러나 경제활동이 활발해야 할 청년층에서는 ‘경고등’이 켜지고 있다. 통계청 경제활동인구 청년층(15∼29세) 부가조사 마이크로데이터에 따르면 학교를 졸업(수료·중퇴 포함)했으나 3년 이상 취업하지 않은 청년은 지난 5월 기준 21만8000명이었다. 미취업 청년 중 구직활동을 하지 않고 ‘집 등에서 그냥 시간을 보냈다’는 청년은 8만명으로 36.7%를 차지했다.

청년 니트족 비율은 5월 기준 2018년 24.0%, 2019년 24.7%, 2020년 25.5%로 20%대에 머무르다가 2021년 34.7%로 30%대를 돌파했다. 지난해에는 37.4%를 기록하며 본격적으로 30%대에 정착했다. 이는 코로나19 확산 시기보다 청년 니트족이 늘어났다고 볼 수 있는 수치다.

그래픽=정서희
 

사회초년생 나이대인 20대에서 일을 쉬는 ‘니트족’뿐만 아니라 단기 일자리를 전전하는 ‘프리터족’도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한국은행의 ‘BOK 이슈노트’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 기준 단기 취업자 비중은 23.2%로, 코로나19가 확산되기 이전인 2019년(19.8%)보다 3.4%포인트(p) 상승했다. 아울러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 근로 형태별 부가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 8월 20대 비정규직 근로자 수는 1년 전보다 9000명 늘어난 142만3000명으로 집계되며 통계를 작성한 2003년 이후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이처럼 고용률이 높아짐에도 젊은 니트족들이 양산되는 가장 큰 이유로는 질 좋은 정규직 일자리가 적다는 점이 꼽힌다. 고용 안정성과 임금 등에서 상대적으로 열악한 일자리에 취업하기보다는 차라리 쉬거나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활하는 것을 택하는 것이다.

이런 상황을 해소하기 위해 정부는 다음 달 중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방안을 공개하고 청년 실업급여 개편도 추진할 예정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내달 중 상생임금위원회가 논의한 바를 바탕으로 이중구조 노동시장 개편방안이 나올 예정”이라고 했다.

개편 방안에는 비정규직 근로자 근무조건 개선 등 근로조건 격차 해소, 원·하청 상생방안 등 이중구조 개선 정책 방향이 제시될 예정이다. 예컨대 하청의 임금인상률을 높이고 에스크로 결제 제도(은행 등 제3자 감시하에 묶인 계좌)를 통해 인건비 체납이 없도록 하는 등의 방식이다. 대기업 정규직이 아니더라도 청년들이 취업하고 싶은 환경을 만들어보겠다는 것이다.
 
청년 구직자들이 서울 용산구 청년취업사관학교 용산캠퍼스에서 열린 일자리 매칭데이에서 면접을 보고 있다. /뉴스1

기획재정부는 실업급여 개편과 첨단산업 인력양성을 추진한다. 실업급여 수급자의 근로의욕 고취를 위해 실업급여 지급 기간·수준 등에 대한 제도 개선을 추진한다. 또 민간 중심 지속 가능한 일자리 창출 및 미스매치 해소를 위해 첨단산업 인력양성에 예산을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고용부의 다음 달 개편방안 발표를 토대로 실업급여·구직보험 등을 개편하고, 2025년부터는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을 위한 예산도 편성하게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청년층 니트족을 노동 시장으로 끌어들이려면 중소기업 일자리에 대한 안정성을 확보하고, 청년들에게 교육 기회를 더 많이 제공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장홍근 한국노동연구원 부원장은 “우리나라 노동시장의 경우 근대화 이후부터 대기업·공공부문 정규직 노동자가 있는 1차 노동시장과 중소기업·민간부문 등 비정규직 노동자가 있는 2차 노동시장의 차이가 컸다”면서 “청년들이 많이 분포한 2차 노동시장 근로자의 법적보호제도를 강화하는 한편 이들의 교섭권을 국가 차원에서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기업들이 경력직 위주로 채용을 하고 있다”면서 “청년 니트족을 줄이기 위해서는 청년들이 실무 능력을 키울 수 있도록 정부가 도움을 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집에서 쉬는 것보다 취업을 빨리하는 것이 더 나은 환경이 되도록 기업이 청년 인턴십을 시행하면 보조금을 지급하고, 자격증 취득이나 시험인증 등을 통해 취업 노력을 하는 청년들을 지원하는 것도 확대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청년 구직자들이 서울 용산구 청년취업사관학교 용산캠퍼스에서 열린 일자리 매칭데이에서 면접을 보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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